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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험에 대해 “발생 확률은 매우 낮다”는 설명을 들어도,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 사고, 원전 사고, 감염병 같은 이슈가 대표적이다. 통계적으로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해도, 막연한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이렇게 걱정하는 내가 비이성적인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이 낮아도 불안이 커지는 현상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돼 있다.
이 불안은 우리가 확률을 ‘숫자’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숫자 0.01%는 머리로는 작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거의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그 위험이 한 번 발생했을 때의 결과가 크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느껴질수록, 확률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여기에 뉴스나 이미지처럼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 실제 빈도와 상관없이 위험은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은 자연스럽게 확률보다 인상을 우선하게 된다.
과학적으로 보면 위험 평가는 확률과 피해 규모를 함께 고려한다. 하지만 사람의 인식은 이 두 요소를 균형 있게 처리하지 않는다.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피해가 크다고 느껴지면, 뇌는 그 위험을 우선적으로 경계하도록 작동한다. 이는 비합리적인 오류라기보다,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방어 기제에 가깝다. 문제는 이 방식이 현대 사회의 복잡한 위험 환경에서는 과도한 불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확률에 대한 설명이 불안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위험 확률이 낮은데도 불안이 커지는 이유는, 우리가 위험을 계산하는 존재가 아니라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숫자로 위험을 설명하지만, 사람은 이야기와 이미지로 위험을 기억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확률은 낮다”는 말은 언제나 무책임한 위로처럼 들릴 수 있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숫자를 더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이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부터 설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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