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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럼 과학이 답을 정해주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책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예상과 다를 때, 과학 자체에 대한 불신이 함께 따라온다. “과학적으로 맞다면서 왜 이런 결정이 나왔지?”라는 질문은 이런 기대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기대는 과학과 정책이 맡고 있는 역할의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과학이 정책이 되는 순간 왜 오해가 생길까?
과학적 근거는 정책의 출발점이 되지만, 결정에는 가치 판단과 현실 제약이 함께 개입된다.

 

이 오해는 과학과 정책을 하나의 연속된 결정 과정으로 상상하는 데서 시작된다. 과학이 사실을 밝히고, 정책은 그 사실을 그대로 옮겨 실행한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학이 제공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정보의 범위와 불확실성이다. 정책은 이 정보 위에 경제적 비용, 사회적 수용성, 정치적 책임 같은 요소를 함께 얹어 결정을 내린다. 이 복합 과정이 생략되면, 정책은 과학을 왜곡한 결과처럼 보이기 쉽다.

 

과학적으로 보면 연구 결과는 언제나 조건과 한계를 포함한다. 특정 상황에서 효과가 있었던 결과가 다른 맥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정책은 이런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책 결정은 과학의 연장이 아니라 과학을 참고한 판단에 가깝다. 이 차이가 설명되지 않으면, 정책의 타협과 조정은 과학을 무시한 행위처럼 오해된다.

 

결국 과학이 정책이 되는 순간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과학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거나 정책의 제약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방향을 비추는 역할을 하고, 정책은 그 방향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 이 둘을 같은 언어로 기대하면 실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과학과 정책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과학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 과학에게 요구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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