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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뉴스에서 폭우 소식이 이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가뭄 우려”라는 말이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무슨 가뭄이야?”라는 반응은 아주 자연스럽다. 물이 부족하다는 말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서로 정반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짧은 기간에 강한 비를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가뭄이라는 단어는 현실감 없는 과장처럼 들린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기후 관련 설명이 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인식은 우리가 ‘비의 양’을 직관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보통 비가 오는 모습을 기준으로 물의 풍부함을 판단한다. 오래 내리는 잔비보다 짧고 강한 폭우가 훨씬 인상에 남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러다 보니 “비가 많이 왔다”는 느낌이 곧바로 “물은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판단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물이 얼마나 왔는지가 아니라, 그 물이 어떻게 저장되고 흡수되었는지에 대한 고려다. 이 과정이 설명되지 않으면, 가뭄 이야기는 늘 이해되지 않는 말로 남는다.
과학적으로 보면 폭우와 가뭄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강한 비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경우가 많고, 이런 비는 토양에 스며들기보다 지표를 따라 빠르게 흘러간다. 결과적으로 하천 수위는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지만, 지하수나 토양 수분은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다. 반대로 농업이나 생태계가 필요로 하는 물은 이런 저장된 수분에 더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비가 많이 왔다는 인상과 실제로 활용 가능한 물의 양 사이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차이가 바로 “비는 많은데 가뭄”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배경이다.
결국 이 오해의 핵심은 비를 ‘사건’으로 보느냐, 물의 흐름을 ‘과정’으로 보느냐의 차이에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강수량에 집중하지만, 과학은 물이 저장되고 순환되는 전체 구조를 본다. 이 관점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폭우와 가뭄은 늘 모순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비가 많이 오는데도 가뭄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기후가 이상해져서가 아니라 우리가 물을 바라보는 기준이 여전히 너무 순간적인 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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