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수치를 두고 사람들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같은 숫자를 보고도 누군가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은 혼란을 느낀다. 통계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배워왔는데, 왜 해석은 이렇게 갈릴까? 이 질문은 통계가 잘못됐다는 의심보다는, 통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흔들릴 때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오해는 우리가 통계를 하나의 ‘결론’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숫자는 분명하고, 그래프는 명확해 보인다. 그래서 통계가 제시되면 그 자체가 답을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통계는 결과라기보다 자료를 정리한 표현 방식에 가깝다. 어떤 구간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무엇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
과학자가 인터뷰에 나오면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가능성의 범위 안에서” 같은 표현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계속 듣다 보면 과학자들은 늘 책임을 피하는 것처럼, 혹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과학자들의 발언을 답답하게 느끼고, 때로는 명확한 말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인상은 과학자의 태도라기보다,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오해에 가깝다. 이 오해는 우리가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과학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사람들은 전문가라면 “이게 맞다” 혹은 “이건 틀리다”라고 분명히 말해주길 바란다. 특히 정책이나 생활과 연결된 문제일수록 그런 기대는..
어떤 위험에 대해 “발생 확률은 매우 낮다”는 설명을 들어도,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 사고, 원전 사고, 감염병 같은 이슈가 대표적이다. 통계적으로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해도, 막연한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이렇게 걱정하는 내가 비이성적인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이 낮아도 불안이 커지는 현상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돼 있다. 이 불안은 우리가 확률을 ‘숫자’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숫자 0.01%는 머리로는 작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거의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그 위험이 한 번 발생했을 때의 결과가 크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느껴질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