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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결정이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다. 숫자가 충분히 모이면 답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료는 계속 쌓이는데, 판단은 오히려 더 느려지고 망설임은 커진다. “정보는 충분한데 왜 결정을 못 내리겠지?”라는 질문이 이때 자주 나온다. 이 혼란은 개인의 판단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판단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생긴다.

이 오해는 우리가 데이터를 ‘답에 가까워지는 재료’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다. 데이터가 적을 때는 선택지가 단순하다. 몇 개의 지표만 비교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비교해야 할 기준이 늘어나고, 서로 다른 지표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한다. 어떤 데이터는 긍정적 신호를 주고, 다른 데이터는 위험을 경고한다. 이때 사람은 더 정확해지기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부터 다시 고민하게 된다.
과학적으로 보면 데이터의 증가는 불확실성을 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사결정의 차원을 늘린다. 변수와 조건이 많아질수록 모델은 복잡해지고, 해석의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판단은 단순 계산이 아니라 가치 선택에 가까워진다. 어떤 지표를 더 중요하게 볼 것인지,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가 결정의 핵심이 된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판단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더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터가 많아진다는 것은 답이 가까워졌다는 뜻이 아니라, 판단의 책임이 더 분명해졌다는 뜻에 가깝다. 숫자 뒤에 숨을 수 있었던 여지가 줄어들고,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했는지가 드러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데이터는 늘 결정 장애의 원인처럼 느껴질 수 있다.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더 많은 숫자를 보는 일이 아니라, 어떤 질문에 답하려는지 먼저 정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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