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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사를 읽다 보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떤 글은 끝까지 읽고 나면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어떤 글은 다 읽고도 뭔가 찜찜함이 남는다. 내용은 그럴듯한데 믿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다. 이 차이는 독자의 이해력 때문이라기보다, 기사를 읽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보고 있느냐에서 생긴다. 과학 기사는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기준 없이 읽으면 판단보다 인상만 남기 쉽다.

 

첫 번째로 봐야 할 것은 무엇이 밝혀졌는지보다, 어디까지 밝혀졌는지다. 많은 기사들은 연구 결과를 단정적인 문장으로 요약하지만, 실제 연구는 항상 범위와 조건을 전제로 한다. 특정 상황에서 관측된 결과인지, 제한된 표본에서 나온 결론인지에 따라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이 부분이 기사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기사는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 결론만 강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가 아니라, 결과의 유효 범위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두 번째 기준은 누가 말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말했는지다. 전문가의 이름이나 소속이 강조될수록 신뢰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발언의 태도다. 과학적인 설명은 대체로 조심스럽고, 조건과 한계를 함께 말한다. 반대로 단정적인 표현만 이어지거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처럼 말한다면 한 번쯤 멈춰볼 필요가 있다. 신뢰할 만한 과학 기사일수록 확신보다 맥락을 먼저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놓치기 쉬운 기준은 이 정보로 내가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다. 좋은 과학 기사는 독자에게 불안을 주거나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차분히 놓아준다. 읽고 나서 “그래서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만 남는다면, 그 기사는 정보보다 반응을 유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 기사를 읽는 목적은 놀라거나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판단은 훨씬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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