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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과학 이슈에 대해 “이미 과학적 합의가 끝났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한다. “그럼 더 이상 논쟁할 게 없지 않나?”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합의가 형성됐다고 알려진 사안일수록, 오히려 논쟁은 더 격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상황을 보며 사람들은 과학이 정말 합의에 도달한 게 맞는지, 아니면 합의라는 말이 과장된 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혼란은 과학적 합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이해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오해는 우리가 ‘합의’를 하나의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긴다. 일상에서 합의란 보통 더 이상 토론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뜻한다. 그래서 과학적 합의도 같은 의미로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과학에서의 합의는 모든 의문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까지 축적된 증거와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가장 설명력이 높은 해석에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차이가 설명되지 않으면, 합의 이후에도 이어지는 논쟁은 과학의 실패처럼 보이기 쉽다.

 

과학적으로 합의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점검되는 과정이다.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면 기존 합의는 강화되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한다. 또 합의가 형성된 부분과 여전히 논의 중인 부분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대중적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합의됐다”는 말과 “여전히 논쟁 중이다”라는 말을 동시에 접하며 혼란을 느낀다. 이때 논쟁은 과학 내부의 정상적인 검증 과정이 아니라, 의견 충돌이나 정치적 갈등처럼 인식된다.

 

결국 과학적 합의가 있는데도 논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합의를 침묵의 신호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합의 이후에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다만 질문의 방향과 무게중심이 달라질 뿐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합의는 언제나 취약해 보이고, 논쟁은 과학의 신뢰를 흔드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과학적 합의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어떤 질문이 여전히 열려 있는지를 구분해 보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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