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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술이나 시설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어도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수치와 근거를 제시하며 위험이 극히 낮다고 말하지만, 불안은 여전히 남는다. 이럴 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한 채, “그래도 뭔가 찜찜하다”는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이 반응은 비합리적이라기보다, 과학적 안전과 인간의 안전 감각이 서로 다른 기준 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생긴다.

 

이 불안은 우리가 안전을 확률이 아니라 통제감과 신뢰로 느끼기 때문에 나타난다. 과학은 위험을 수치로 설명하지만, 사람은 그 위험을 내가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로 판단한다. 과정이 보이지 않거나, 설명이 너무 전문적일수록 통제감은 낮아진다. 이때 위험이 낮다는 말은 안심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 무언가가 결정되고 있다”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안전하다는 설명이 불안을 없애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표현은 절대적 무위험을 의미하지 않는다. 허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위험이 관리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하지만 이 표현은 일상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오해되기 쉽다. 그리고 만약 작은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그동안 쌓여 있던 불안은 “역시 불안한 게 맞았다”는 확신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안전성은 오히려 신뢰를 잃는다.

과학적으로 안전한데도 왜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까?
위 이미지는 과학적 안전과 인간이 느끼는 불안 사이의 간극을 개념적으로 대비해 보여준다.

 

결국 과학적으로 안전한데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안전을 이해의 문제로 느끼기 때문이다. 숫자와 확률은 위험을 설명하지만, 신뢰와 통제감은 불안을 다룬다. 이 둘을 같은 언어로 설명하려 하면 언제나 어긋난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수치가 아니라, 그 수치가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안전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납득될 때 비로소 체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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