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인터뷰에 나오면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가능성의 범위 안에서” 같은 표현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계속 듣다 보면 과학자들은 늘 책임을 피하는 것처럼, 혹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과학자들의 발언을 답답하게 느끼고, 때로는 명확한 말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인상은 과학자의 태도라기보다,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오해에 가깝다. 이 오해는 우리가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과학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사람들은 전문가라면 “이게 맞다” 혹은 “이건 틀리다”라고 분명히 말해주길 바란다. 특히 정책이나 생활과 연결된 문제일수록 그런 기대는..
어떤 위험에 대해 “발생 확률은 매우 낮다”는 설명을 들어도,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 사고, 원전 사고, 감염병 같은 이슈가 대표적이다. 통계적으로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해도, 막연한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이렇게 걱정하는 내가 비이성적인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이 낮아도 불안이 커지는 현상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돼 있다. 이 불안은 우리가 확률을 ‘숫자’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숫자 0.01%는 머리로는 작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거의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그 위험이 한 번 발생했을 때의 결과가 크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느껴질수..
과학 뉴스 제목을 보다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인류 멸망 경고”, “충격적인 연구 결과”, “지금 당장 바뀌지 않으면 위험하다” 같은 표현들이 반복된다. 이런 제목을 계속 접하다 보면, 과학이 늘 극단적인 주장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과학 뉴스를 아예 과장된 이야기로 치부하거나,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극단적인 인상은 과학의 성격 때문이라기보다, 과학이 뉴스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결과에 가깝다.이 오해는 제목이 담당하는 역할에서 시작된다. 뉴스 제목은 정보를 온전히 전달하기보다는,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역할을 우선한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복잡한 연구 내용을 요약해야 하다 보니, 조건과 전제는 빠지고 결과만 남는다. “특정 조건..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바다가 전 세계에서 똑같이 올라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지역에서는 침수 위험이 크다는 뉴스가 나오고, 다른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다는 말을 들으면 혼란스러워한다. “해수면이 오른다면서 왜 어떤 곳은 괜찮고 어떤 곳만 위험하다는 거야?”라는 의문은 자연스럽다. 바다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변화 역시 균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먼저 생긴다. 이 기대가 깨지는 순간, 해수면 상승 설명은 또 한 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 오해는 우리가 해수면을 ‘수조의 물 높이’처럼 상상하기 때문에 생긴다. 물을 붓거나 빼면 전체 수면이 동시에 오르내린다는 일상적 경험이 기준이 된다. 하지만 실제 바다는 고..
기후 모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비슷한 반응이 반복된다. “작년에 예측한 거랑 다르잖아”, “과학자들 말이 매번 바뀐다”는 식이다. 특히 예측과 실제 상황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기후 모델 전체가 신뢰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인식 속에서는 기후 변화 경고도 자연스럽게 과장이나 추측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기후 모델이 ‘자주 틀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제 성능보다, 우리가 예측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더 깊이 연결돼 있다. 이 오해는 우리가 예측을 하나의 정답처럼 기대하기 때문에 생긴다. 일상에서 쓰는 예측은 보통 “내일 비가 온다, 안 온다”처럼 명확한 결과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과학적 예측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기후 모델이 말하는 예측은 특정한 미래 장면을 맞..
장마철 뉴스에서 폭우 소식이 이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가뭄 우려”라는 말이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무슨 가뭄이야?”라는 반응은 아주 자연스럽다. 물이 부족하다는 말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서로 정반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짧은 기간에 강한 비를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가뭄이라는 단어는 현실감 없는 과장처럼 들린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기후 관련 설명이 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인식은 우리가 ‘비의 양’을 직관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보통 비가 오는 모습을 기준으로 물의 풍부함을 판단한다. 오래 내리는 잔비보다 짧고 강한 폭우가 훨씬 인상에 남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러다 보니 “비가 많이 왔다”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