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뉴스에서 폭우 소식이 이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가뭄 우려”라는 말이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무슨 가뭄이야?”라는 반응은 아주 자연스럽다. 물이 부족하다는 말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서로 정반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짧은 기간에 강한 비를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가뭄이라는 단어는 현실감 없는 과장처럼 들린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기후 관련 설명이 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인식은 우리가 ‘비의 양’을 직관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보통 비가 오는 모습을 기준으로 물의 풍부함을 판단한다. 오래 내리는 잔비보다 짧고 강한 폭우가 훨씬 인상에 남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러다 보니 “비가 많이 왔다”는 ..
빙하가 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장면을 떠올린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무너지듯 사라지고, 그 물이 한꺼번에 바다로 쏟아지면서 해수면이 급격히 올라가는 모습이다. 뉴스 화면이나 다큐멘터리에서 반복적으로 보아온 장면들이 이런 이미지를 강화한다. 그래서 “빙하가 녹고 있다”는 말은 곧바로 “곧 바다가 넘친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직관적인 연결은 실제 과학적 설명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과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이 생기는 데에는 시각적 이미지의 영향이 크다. 빙하 붕괴 영상은 강렬하고 이해하기 쉽다. 눈앞에서 무너지는 장면은 변화가 빠르고 즉각적인 결과를 낳을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또 ‘빙하’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인식되다 보니, 그것이 사라지면 ..
폭염이 심해졌다는 뉴스가 나오면, 곧이어 이런 말이 따라온다. “그런데 왜 겨울은 더 추워지는 것 같지?” 혹은 “기후가 따뜻해진다면서 한파는 왜 오는 거야?”라는 반응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폭염과 한파는 서로 반대되는 현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늘어난다는 설명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후 변화 이야기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느낌 자체가 기후 변화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생겨난 오해에 가깝다. 이런 인식은 우리가 ‘기온 상승’을 하나의 방향으로만 상상하기 때문에 생긴다. 기후가 따뜻해진다는 말을 들으면, 모든 계절과 모든 지역이 고르게 따뜻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더위와 극단적인 추위가 함께 언급되면 모순처럼 느껴진다. ..
